예상을 초월한 피부 당김과 각질에도 피부 단식을 계속하기로 결심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색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둘째, 30여 년 전의 실패를 되새기며 ‘이번에 꼭 해내리라’ 다짐했다.
셋째, 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아주 경제적이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다. 이 얼마나 편한가! 기초화장을 하지 않으면 화장품 구입 비용이 거의 들지 않을뿐더러 매일 화장에 소비하는 시간과 수고가 줄어든다.
나는 요즘 아침저녁으로 세안만 한다. 세안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40초가 전부다. 따라서 짫게는 하루, 길게는 인생이 길어진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특별한 관리를 했던 건 아니지만 365일로 따지면 무시하기 어렵다. 이유가 또 있다. 화장품을 사러 갈 시간도 절약된다. 장점이 정말 많다. 불안할 때는 피부관리 책을 다시 읽었다.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스스로 타일렀다.
피부단식을 계속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람과 만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인 번역도 한몫 거들었다. 때마침 대학교가 봄방학에 접어들어 외출할 일도 줄었다.
*기초화장을 끊으면 대개 피부가 푸석하거나 땅긴다고 느낀다. 이것이 자신의 현재 피부 상태로 그동한 얼마나 화장품에 가려져 있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얼마동안은 인내가 필요하지만 피부 본연의 재생 능력이 활동함에 따라 증상이 차차 나아지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